📑 목차
슬기로운 입원생활 ① –내 상태 파악하기(발목 부상과 수술 결정까지)
by 자브지시끄네
이 시리즈는 실제 입원 경험을 바탕으로, 처음이라 당황스러운 입원생활을 슬기롭게 준비하고 생활하는 법을 담았습니다.
본인뿐 아니라 보호자에게도 필요한 정보와 공감, 그리고 날것의 웃음을 전합니다.
서론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 몇 번의 수술을 경험할까요? 그리고 수술로 인해 오래 입원하게 되는 일은 얼마나 있을까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그 누군가가 바로 ‘나’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저는 이번에 몸소 겪었습니다.
겨울의 길은 특히 미끄럽습니다. 시골이라 더 미끄럽고, 우리 집은 비탈길이라 눈이 오면 더더욱 조심해야 합니다. 그날도 눈발이 굵게 내렸고, 저는 “조심해야지” 되뇌며 문을 나섰습니다.
평소에도 오른쪽 발목이 잘 접질려 늘 신경을 곤두세웠는데, 미끄러운 바닥에서 딛는 순간 발이 확 꺾였습니다. 순간 숨이 멎을 정도로 아팠지만 “잠깐 쉬면 낫겠지”라고 스스로를 달랬습니다.
하루 이틀 쉬니 덜 아픈 듯했지만, 며칠 뒤 발을 디딜 때마다 찢어지는 통증이 올라왔습니다. 그제야 ‘이번엔 다르다’는 걸 인정했고, 병원을 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본론
① 시골병원의 첫 진단
제가 사는 곳은 작은 시골 마을이라 병원을 가려면 읍내까지 나가야 합니다. 첫 병원에서 엑스레이를 찍고 의사 선생님은 단호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움직이지 마세요. 보호대를 착용하고 절대 쓰면 안 됩니다.”
보호대를 착용하고 조심조심 지냈지만, 일은 기다려주지 않았습니다. 답답함에 결국 벗어버린 날이 있었고, 통증은 다시 심해졌습니다. 그 순간 “이번엔 정말 아프다…”는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스스로도 무모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② 두 번째 병원, 더 심각한 진단
통증이 줄지 않아 다른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다시 엑스레이를 찍고 돌아온 말은 더 무거웠습니다.
“이건 수술을 고려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절대 무리하지 마세요.”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안 쓰고 어떻게 살죠? 일도 해야 하는데…’ 저는 주사와 진통제, 보호대에 의존해 버텼습니다. 밤이면 쑤시는 통증 때문에 잠을 설치고, 아침이면 붓기가 심해 신발 신기가 어려웠습니다. 몇 주가 지나자 “이제는 더 미루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무렵 저는 제 컨디션과 동선, 통증 로그를 간단히 메모하기 시작했습니다. 언제, 얼마나, 무엇을 할 때 아픈지를 적어두니 병원에서 설명할 근거가 생겼고, 저 자신도 회복 속도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작은 기록이지만 큰 도움이 됐습니다.
③ 서울로, 족부 전문 병원을 찾아
마음을 다잡고 서울의 족부 전문 병원을 폭풍 검색했습니다. 예전 무지외반증 수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진행했다가 고생한 기억이 있어, 이번엔 후기·의료진 이력·수술 후 관리 시스템까지 끝까지 확인했습니다.
큰 병원에 도착하니 대기 인원이 많았습니다. “세상 아픈 사람은 다 여기 모였나” 싶은 생각과 함께, 사람이 많다는 사실이 오히려 신뢰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병원은 쾌적했고, 족부뿐 아니라 수부·신경과·내과 등 협진 체계가 갖춰져 있었습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제가 그 진료를 다 거치게 될 줄은요.)
검사는 길었습니다. 엑스레이만 30장은 찍은 듯했고, 다양한 각도로 촬영이 이어졌습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진료실 문이 열렸고, 의사 선생님의 첫 마디는 단호했습니다. “수술하셔야 합니다. 인대가 완전히 끊어졌고, 더 늦으면 인공관절을 넣어야 합니다.”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습니다.
저는 얼떨결에 물었습니다. “선생님, 인대가 끊어졌는데도 걸어 다녔어요?” 선생님은 미소 지으며 “십자인대가 끊어져도 걸을 수 있습니다. 다만 오래 두면 회복이 어렵습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두 시간 동안 그 말이 계속 귓가에 맴돌았습니다. ‘수술을 해야 한다…’
④ 마지막 희망, 또 다른 병원
집에 돌아오니 가족들이 걱정했습니다. 병은 소문을 내야 한다는 말처럼, 저는 지인들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족부 명의로 알려진 병원을 소개받았고, 혹시라도 수술을 피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예약했습니다.
이번엔 검사가 길지 않았습니다. CT 촬영 후 의사 선생님은 짧고 명확하게 말했습니다. “너무 심해서 바로 수술하셔야 합니다.” 두 번째로 같은 말을 들으니 오히려 차분해졌습니다. ‘이제는 받아들일 때가 됐구나.’ 제 마음은 그제야 결론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결론
결국 저는 수술을 결심했습니다. 선택지는 두 곳이었습니다. 협진이 가능한 병원은 수술 후 경과를 충분히 지켜보며 입원 기간이 7~10일이었고, 간호·간병 통합 병동을 운영했습니다. 반면, 족부 단일 전문 병원은 입원 기간이 3일 내외로 매우 짧았습니다.
일각에서는 ‘명의’라는 말이 마음을 흔들었지만, 저는 수술 후 경과 관찰과 협진 체계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보호자 동선, 통증 조절, 재활 접근성까지 고려하면 제 상황과 생활에 맞는 선택은 분명했습니다.
마침 전직 수술 간호사였던 지인의 말이 제 결정을 도왔습니다. “명의도 그날 컨디션에 따라 달라요. 중요한 건 신뢰입니다.” 치료는 결국 사람의 손과 마음의 신뢰로 완성된다는 걸 배웠습니다. 병원을 정하고 나니 수술을 끝낸 것처럼 마음이 반쯤 가벼워졌습니다. 하지만 알았습니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는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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