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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입원생활 -2

📑 목차

    슬기로운 입원생활 ② – 나는 어떤 수술을 받는가? 내 정확한 병명은?

    by 자브지시끄네

    이 시리즈는 실제 입원 경험을 바탕으로, 처음 겪는 입원생활을 준비하고 이겨내는 과정을 기록했어요. 제 경험과 함께 보호자에게도 도움이 될 정보를 정리해 막연한 두려움을 줄이는 데 초점을 두었습니다.

    슬기로운 입원생활 시리즈 대표 이미지
    슬기로운 입원생활 시리즈 표지 by 자브지시끄네

    서론: 수술이라는 단어 앞에서

    “수술을 해야 합니다. 발목뼈를 잘라 각도를 바로잡고 금속으로 고정합니다. 두 달 이상은 발을 디디면 안 됩니다.” 의사 선생님께 이 말을 들은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어요. 그 뒤로 이어진 설명은 제대로 잡히지 않았고, ‘내 발목을 자른다니…’라는 생각에 숨이 가빠졌죠. 상담실로 이동해 날짜, 비용, 준비물 안내를 들었지만 정작 가장 궁금한 질문—“어떤 수술입니까?”—에는 “발목을 교정하는 수술입니다”라는 짧은 답만 남았습니다. 막연함 속에서 하루를 보내다 결심했어요. ‘내 몸인데, 내가 알아야겠다.’ 그날부터 병명과 수술명, 그리고 회복 과정까지 직접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계단에서 발목을 접질리는 순간
    계단에서 ‘삐끗’했던 순간이 길고 긴 이야기의 시작이었어요.

    본론

    ① 내 병명은 ‘발목관절염’

    검색창에 제 진단명을 적어 넣었을 때 처음 마주한 단어가 ‘발목관절염(ankle osteoarthritis)’이었어요. 무릎이나 고관절이 아닌 ‘발목’의 관절염이라 생소했죠. 알아보니 과거의 부상, 반복적인 접질림, 한쪽으로 쏠린 체중, 골절 후 남은 변형 같은 이유로 관절면이 기울면 하중이 한쪽에 집중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연골이 서서히 닳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문제는 통증이 항상 크지 않아 ‘좀 쉬면 낫겠지’ 하고 넘기기 쉽다는 점이었어요. 저 역시 신발 밑창이 한쪽으로만 닳았는데, 그때 눈치챘다면 수술까지는 오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단순 발목 통증과 발목관절염의 차이
    단순 통증은 쉬면 나아지지만, 관절염은 정렬 문제를 해결해야 해요.

    특히 젊은 층의 발목관절염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도 확인했어요. 활동량이 많은 30~40대, 오래 서서 일하는 직업군, 과거 발목을 크게 다친 경험이 있는 분들 사이에서 흔하다고 합니다. 결국 핵심은 ‘나이’가 아니라 정렬이었어요.

    주요 원인 정리

    • 과거 발목 부상·골절 후 정렬 이상 → 관절면에 비정상적인 하중 집중
    • 만성 반복 접질림 또는 체중이 한쪽 발목에 과도하게 쏠린 생활습관
    • 변형된 관절 정렬로 특정 부위 연골이 상대적으로 빨리 손상
    • 체중 증가, 하이힐·불안정한 신발 습관
    • 보고에 따르면 외상성(traumatic) 경과를 거친 환자 비중도 적지 않음

    ② 증상 및 진단 포인트

    발목관절염 대표 증상 인포그래픽
    아침 첫걸음 통증, 오래 서면 붓기·저림, 계단·경사에서 악화 등
    • 조금만 걸어도 발목 통증이 올라오고 오래 서 있기 힘들다.
    • 뚜렷한 외상이 없어도 붓기·열감이 반복된다.
    • 구두·힐 등 특정 신발을 신기 어렵고, 편한 신발만 고집하게 된다.
    • 밤이 되면 통증이 심해지고, 아침 첫걸음에 유난히 아프다.
    • 신발 밑창이 한쪽으로 심하게 닳는다 → 보행 정렬 이상 의심.
    • 관절면이 한쪽으로 기울어진 상태라면 한 부위에 압력이 집중돼 관절염이 한쪽에서 더 빠르게 진행되는 경향이 있다(제 경우가 여기에 해당해요).

    진단은 병력 청취와 신체검사, 정렬을 보는 엑스레이가 기본이고, 필요하면 CT 등 정밀 촬영으로 관절면 기울기와 연골 손상 범위를 확인해요. 핵심은 단순 통증이 아니라 정렬 불균형을 잡아내는 것입니다.

    ③ 치료 — 비수술을 먼저, 하지만 한계도 분명

    관절 간격이 크게 좁아지지 않은 초기 단계라면 비수술 치료를 먼저 시행해요. 저도 순서대로 했습니다만, 제 상태에서는 한계가 뚜렷했어요.

    • 체중 조절 — 발에 실리는 하중을 줄이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지만 가장 어렵죠(다이어트는 늘 어렵습니다).
    • 기능 재활치료 — 통증으로 깨진 보행 패턴을 바로잡고, 근력·가동 범위를 회복하는 훈련.
    • 맞춤 깔창/보조기 — 압력을 분산해 통증을 낮추는 데 도움.
    • 약물·주사 — 염증과 통증 조절에는 도움이 되지만, 근본 원인은 그대로인 경우가 많아요.

    의사 선생님 말씀으로는 관절염을 1~4기로 구분해 보는데, 3기 초 이후에는 수술 효과가 제한적이고 4기로 넘어가면 인공관절을 고려해야 한다고 해요. 저는 다행히 2기 후반이라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정확한 검사를 충분히 하지 않은 채 비수술치료만 반복했다면 치료 시기를 놓칠 뻔했겠죠.

    ④ SMO(supramalleolar osteotomy)는 어떤 수술인가

    SMO(경골 원위부 절골 교정술)은 distal tibia(경골 하단)와 경우에 따라 fibula(비골)를 절골해 기울어진 각도를 교정하고, 체중이 건강한 관절 부위로 분산되도록 만드는 수술이에요. 인대만 손상된 문제가 아니라 관절 구조 자체가 틀어진 경우에 관절을 보존하면서 기능 회복을 돕는 해법입니다.

    SMO 수술 전후 X-ray 비교
    기울어진 관절면(왼쪽)을 교정해 하중을 다시 분산(오른쪽)합니다.
    SMO 교정술 단계 다이어그램
    절골 → 각도 교정 → 고정, 하중의 집중점을 건강한 영역으로 옮기는 과정이에요.
    SMO 교정술 요약 인포그래픽
    통증 감소, 기능 회복, 관절 보존 — 젊은 연령대에게 특히 현실적인 선택지.

    수술 방식은 한쪽만 절개하기도 하지만, 저는 양쪽 절개에 스크류·플레이트 고정을 했어요. 의사 선생님 표현을 빌리면, 하중이 ‘빨간 점’처럼 몰리던 곳을 ‘파란 영역’으로 옮기는 느낌에 가깝다고 하셨습니다.

    ⑤ 수술 후 회복의 긴 여정

    • 1–2주 | 발목 고정, 부기 관리, 통증 조절에 집중
    • 3–6주 | 목발 보조로 부분 체중 부하 검토, X-ray로 뼈 유합 확인
    • 6–12주 | 체중 부하 점진적 증가, 물리치료로 가동 범위·근력 회복
    • 3–6개월 | 보행 정상화, 일상생활 복귀
    • 6개월 이후 | 가벼운 운동 가능, 고강도 활동은 의료진과 상의 후 단계적으로

    SMO는 단순히 통증만 없애는 수술이 아니라 내 관절을 가능한 오래 쓰게 하는 보존적 치료라는 점이 핵심이에요. 특히 젊은 나이에 관절염이 시작된 경우, 인공관절은 재수술 가능성과 합병증 부담이 크기 때문에 중간 단계 선택지로서 SMO의 의미가 큽니다.

    ⑥ 제 경험에서 얻은 교훈

    예전에 무지외반증 수술을 했을 때는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수술대에 올랐고, 재활도 제대로 하지 못했어요. 이번에는 다르게 준비했습니다. 병을 제 언어로 이해하고, 수술의 원리와 회복 경로를 스스로 정리했어요. 그러자 막연한 공포가 줄고, 준비해야 할 것들이 선명해졌습니다. 두려움은 정보의 빈틈에서 자라죠.

    ⑦ 지금 당장 점검할 체크리스트

    • 신발 밑창 닳는 방향 확인 — 한쪽만 심하면 정렬 문제 의심
    • 통증·붓기 일지 기록 — 위치·강도·활동을 하루 한 줄로
    • 보행 영상 촬영 — 10m 걷는 모습을 찍어 라인·체중 이동 확인
    • 체중 관리 계획 — 어떤 치료든 하중 감소가 기본
    • 검사 자료 파일링 — X-ray, 소견서, 처방 등 핵심 자료 한 폴더에

    결론: 몸의 신호를 지나치지 않기

    발목이 반복적으로 접질리고 붓고 아프다면 그냥 넘기지 마세요. 골절처럼 확 치고 들어오는 통증만이 신호가 아니에요. 관절염은 조용히 진행되고, 일상의 작은 이상에서 시작됩니다. 저도 바쁘다는 이유로 여러 번 외면했고, 그 작은 순간들이 쌓여 지금에 이르렀어요.

    아직도 부어 있는 제 발목을 보면 미안한 마음이 큽니다. “미안해, 지켜주지 못해서.” 그래서 이 글을 씁니다. 요즘 젊은 층에서도 발목관절염이 증가한다는 얘기를 들었고, 누군가는 초기에 발견해 수술 없이 치료하길 바라기 때문이에요. 수술을 결정했다면 병명을 이해하고, 수술의 목적을 알고, 로드맵을 손에 쥐면 해야 할 일이 분명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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